55.직원들이 스스로 일하기를 원한다면
알아서 일 잘 하는 직원들이 있다. 시키지 않아도 일을 찾아내고 창의력을 발휘하며 개선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사람들은 창업해서 나간다는 것이다. 아마 당신도 그래서 창업해서 사장을 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알아서 일 잘 하는 직원들만 있는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창의적으로 알아서 일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보다, 사장이 이런 행동을 해서 직원들이 스스로 일하지 않는 것이 아닌지 살펴보자.
첫째, 지나치게 세세한 부분까지 지시한다. 이런 사장들은 직원들에게 창의력을 기대하면 안된다. 디테일을 그런 방식으로 이해하면 디자이너나 요리사는 기능공이 되고 부사장은 대변인이 되며 관리자들은 관리를 하지 않고 지시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된다. 그들이 알아서 일을 하려면 알아서 일을 한 부분들이 크게 문제 없거나 나와 다른 견해 차이 정도라면 그냥 지켜봐 줘야 한다. 매번 모든 일에 관여하는 순간, 회사의 모든 일은 나에게 들어오고 나로부터 나가게 된다. 나머지 사람들은 사장의 디테일한 지시가 있기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왜 이 일을 하는지 설명해 주지 않는다. 그 일의 가치와 목적을 절대로 말해주지 않는다. 그러면 직원은 업무개선이나 효율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일에 대한 애정도 사라지고 상사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시키지 않은 것은 절대 건들지 않는 사람이 된다.
셋째, 직원들을 항상 가르친다. 한 번도 업무상 배우려 하지 않고 가르치기만 한다. 그러면 직원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노하우를 공개하지 않고 배우려 하지도 않는다. '이건 어떻게 하는 거죠?', '이건 어떻게 했어요?', '이건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아요?' 같은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넷째, 직원들을 회사 장단기 목표 설정에서 배제한다. 목표는 내가 설정하고 내가 지시한다. 그러면 직원들에게 목표란, 나의 것이 아니라 사장의 것으로 변한다. 과다한 목표로 매번 목표 달성 자체가 의미없게 만들면 회사는 목표 자체가 사라진다. 조직원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권한을 주는 법을 모르니 작은 성공도 칭찬이나 격려가 사라진다. 당연히 조직원들의 협동이나 정보 공유가 사라진다.
56.좋은 직원을 내 보내는 두 가지 경우
창업 초기에 중간 간부 이하, 초기 직원 중에 회사 내에서 잘 성장하고 성과도 좋은 직원들이 있다. 이런 직원들을 보면 작은 회사에 들어와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보며 고맙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해서 칭찬을 아끼지 않는 사장들이 있다. 그런데 이런 칭찬이 이어지면 신기하게도 얼마 되지 않아 퇴직한다. 칭찬은 듬뿍 주면서 급여는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급여가 다른 회사에 비해 적지 않은데도 이직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사장의 잘못은 단 하나다. 칭찬을 너무 자주 했기 때문이다.
직원이 칭찬받으면 보상을 주어야 한다. 그런데 칭찬과 보상이 연결되지 않으면 사람은 실망하게 돼 있다. 그래서 좋은 사장에게 칭찬을 받고 급여가 적절해도 더 나은 대우를 찾아 떠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장의 칭찬은 더 정교해야 한다. '고맙다'가 아니라 '잘했다'라고 말해야 하며 '수고했어. 고생많았어요'가 아니라, '일 처리가 마음에 들었어. 계속 그렇게 해줘' 라고 말해야 한다.
즉 감사보다는 인정하며 급여 또는 직책으로 보상이 돌아갈 때까지 칭찬이 아닌 인정을 해주며 그릇을 키워 냈어야 하는 것이다. 섣부른 칭찬과 과다한 칭찬이 반복될 때마다 당사자는 '보상은 언제?' 라는 물음표가 따르고 어느 날 실망이 커져 결국 퇴사하게 된다. 이렇게 초급 사장들은 회사 내 주요 인재로 클 수 있는 사람을 날리는 것이다.
두번째 경우는 간부급 직원이나 주요 직원들에게 직무 교육이 아닌 경영 교육을 참여시키는 경우다. 타 회사 사장들이 모이는 자리나 CEO 교육과정, 대학의 최고의 과정같이 경영자들이 모여 있고 경영에 관련된 교육을 받게 되면 이들은 대부분 창업하기 위해 퇴사한다. 간혹 내 수업을 듣고 난 후에 자기 회사의 2인자나 임원들을 수업에 보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가족 경영자가 아닌 경우에는 수업에 보내지 말라고 한다. 내 기억으로는 퇴사하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영자는 반드시 필요한 직원들은 직무교육이면 몰라도 경영교육은 가려서 보내야 한다.
물론 이 두 방법을 이용해, 퇴사했으면 하는 직원이 있다면 이 챕터를 역으로 사용하는 것은 안 비밀.
57.직원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직원은 '직장 내에서 업무상 내 지시를 받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직장을 벗어나면 이 관계는 사라진다. 상사라는 이유로 혹은 사장이라는 이유로 직원을 아랫사람 취급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직원이라도 인품과 전체 삶의 지식은 상사보다 월등 할 수 있다. 단지, 나이가 젊거나 입사가 늦은 것뿐이다. 그러므로 사장은 직원을 업무 이상으로 가르치거나 훈육하는 자세를 보이면 안 된다.
나는 직원들에게 사무실 외에 장소에서 만나면 인사하지 말라고 한다. 가끔 한인마켓이나 동네 극장에 가면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장을 보러 오거나 놀러 나온 사람들을 만나곤 하는데 이때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가면 그 집의 가장이다. 그 가장이 자녀와 배우자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상사를 어려워하는 것을 보여주지 않기 바라는 마음이다.
업무 외에 사적인 성장을 같이 나누는 관계는 서로가 원할때뿐이다. 특히 초기 사업 단계에서는 공과 사가 섞일 수 있고 만약 호칭과 업무까지 엉켜있을 때는 상하관계라기보다 동료 관계에 가까워서 개인 일상을 함께 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상대가 원하지 않으면 개인적 관계를 맺지 않는 것이 더 좋다. 상사와 아래 직원 관계는 존중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는 꿈이 뭐냐?", "왜 꿈이 없어?", "다음 주까지 꿈을 생각해 와!" 같은 질문이나 지시는 직원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는커녕, 다음 주에 직원이 사직서를 갖고 올수도 있게 만든다. 이 질문에는 나는 너보다 상사고 어른이고 선생이고 리더라는 모든 의식이 들어있다.
상당히 많은 사장이 직원들과 어느 정도 스킨십을 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직원들은 장작불에 모여든 사람과 마친가지다. 사장은 장작불이고 직원들은 그 불가에 모여든 사람이다. 불길이 약하면 사람들의 손바닥이 불 가까이로 모여들겠지만, 회사가 커지고 사장의 위엄이 생겨서 불길이 거세지면 직원들은 알아서 조금 더 스스로 물러설 것이다. 그렇다고 모닥불이 사람들 쪽으로 먼저 다가가면 놀라 도망갈 것이다. 회사가 커지면 커질수록 즉 불길이 점점 더 거세질수록, 직원들은 점점 더 멀어지게 돼 있고 당신은 회사에서 왕따 아닌 왕따가 되어 혼자 밥먹는 일이 늘어난다.
만약 직원 중에 어떤 사람이 당신을 상사이자 멘토 혹은 선생으로 생각하고 다가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사와 선생은 병행하기는 어렵다. 두 사람 모두 순수한 의도라고 해도 조직의 눈치를 봐야 한다. 아무리 편하게 따라도 따로 만나 식사하거나 방으로 불러 속닥이거나 하는 일은 지극히 조심해야 한다. 조직이 커지면 누군가를 만나는 일 자체가 그 조직 안에서 의미를 주게 돼 있다. 공개된 장소에서 공개된 방식으로 가르쳐야 그 직원도 조직 안에서 스스로 인정받으며 성장하게 된다.
또한 내 가족이 회사 내에 들어와 있다면 주의할 것들이 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만나는 시간도 많고 심지어 퇴근하면 한 집에 살아야 하는 관계도 있다. 그런 경우 회사 내 직급과 상관없이 사장과 함께 회사 전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이 연출되면 안 된다. 사장은 그런 질문이 들어 오면 이를 즉각 인지하고 대답하지 않아야 하며 자신도 회사 경영 이야기를 하는 버릇을 가지면 안 된다. 회사 일은 직책과 조직 안에서 상의되고 논의되어야 한다.
만약 가족이라는 이유로 이런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고 상의하면 그 피해는 다른 전체 직원에게 돌아갈 수 있고 회사 직원들은 그 가족의 직급과 상관없이 하나의 다른 권위계통이 생긴 것을 느끼고 조직체계에 금이 갈 수 있다.
나도 가족들이 자회사의 사장 직원으로 같이 사업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이들과 가족 모임에서 절대로 사업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다른 회사나 조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는다. 내가 만약 이런 대화를 나눈다는 것을 다른 사장들이나 조직 구성원이 알면, 그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권한의 분산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득은 하나도 없고 실만 생긴다.